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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펠리칸 M200(F)
    만년필 2024. 3. 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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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필 생활 초기에 샀던 펜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면 보통 이런 식의 입문자용 추천이 많이 뜬다. 살면서 아직 만년필을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이라면 다이소 만년필 또는 카쿠노(둘 다 5천원 이하)로 만년필이 무엇인지 한 번 느껴보고, 그 다음에 라미 사파리나 트위스비 에코로 본격 입문을 하라는 식이다. 나는 트위스비 에코를 제일 먼저 샀다. 적어도 나에겐 펜은 글을 쓰는 도구일 뿐이고 싼 펜이나 비싼 펜이나 성능 차이는 없다고 하는데(진짜 없다) 왜 입문이니 종결이니 얘기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론 뭣도 모르는 생각이었다. 암튼 세 네 번째 펜으로 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많이 받는 펠리칸 M200 F닙을 샀고 팔았다.

    M200 F 블랙

    만년필을 쓰는 사람들이 꽤 많이 추천하는 필기머신, 근본 몽펠파(몽블랑, 펠리칸, 파커 - 지금의 파커는 논란이 있음) 중 하나로 실리와 명분을 모두 갖춘 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잉크 충전량도 넉넉하고 스틸닙이지만 필기감도 훌륭하다. 만년필에 대한 취향이 아직 자리잡기 전이라면 한 번 거쳐가면 좋을, 기본에 충실한 펜이다. 

    펠리칸은 독일 문구 회사로 1838년에 설립되었다. 만년필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이 1900년대여서 현재까지 살아 남아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오래된 고인물들이다.

    초기 펠리칸 로고. 지금은 새끼 새가 한 마리 뿐이다. 남은 장인의 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저가형을 제외한 기본 라인업으로는 M200 / M400 / M600 / M800 / M1000이 있다. 200과 400은 스틸닙/금닙의 차이고 나머지는 숫자가 높을수록 크기가 커진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공돌이 감성인데 제품에서도 그것이 느껴진다. 특히 M800은 몽블랑 149와 더불어 끝판왕 삼대장으로 매번 언급되는 제품이다. 단단한 경성 닙, 풍부한 흐름, 쓰면 써진다는 믿음까지 독일 엔지니어를 연상하게 한다. (펜을 쓰면 써지는 것이 당연한데 만년필은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만 최근에는 닙 굵기가 뽑기라는 설이 있긴 하다. 나의 F 닙도 꽤 굵었던 기억이 난다. EF/F/M 중 뭘 골라도 랜덤으로 굵기가 출력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M200은 단점이 거의 없는 펜이지만 내 손에는 맞지 않았다. 너무 작고 가벼워서 뚜껑을 꽂고 쓰면 크기가 딱 맞는 수준이었지만 나는 뚜껑을 끼고(포스팅이라고 한다) 쓰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잘 쓰지 않게 되더라. 그러다 미니멀리즘에 꽂힌 어느날 다른 펜과 함께 팔아버렸다. 다시 사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 못 살 뿐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는 좋은 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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