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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블랑 P145
    만년필 2024. 3. 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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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펠파 - 몽블랑, 펠리칸, 파카(빈티지) 세 브랜드는 꼭 써보라고들 얘기한다. 다 써보니 막상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위의 세 개를 사면 꽝은 적다.(없다고는 못 하겠다.) 

    몽블랑의 라인업

    몽블랑은 비싸다. 가장 싼 라인업인 145조차 백만원에 육박한다. 우선 라인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45(클래식), 146(르 그랑/LeGrand), 149. 크기에 따른 분류이고 커질수록 가격도 올라간다. 대략 100만원, 120만원, 150만원 정가는 이정도로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선물이면 몰라도 내가 쓰려고 이 가격에 펜을 산다는 생각은 다행히 아직은 없다. 중고를 기웃거리던 중 셋 중에 어떤 사이즈가 내 손에 맞을지라도 한 번 알아보자는 생각이 들어 149와 같은 크기라는 진하오 159를 한 번 사봤다. 내가 과연 149와 맞을지 궁금하신 분들은 비슷한 크기의 저렴한 펜들을 먼저 한 번 써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대충 이렇게 생긴 펜이다. 막상 받아보니 이게 펜인가 싶을 정도로 굵고 컸다. 거의 유성마커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이걸로 글을 쓴다는 것이 도무지 낯설어서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149는 포기했다. 146이 왠지 딱 맞을 것 같아서 몽블랑에 시필을 하러 갔다.(광화문 교보를 갔는데 시필은 안되고 만져보게만 해준다.) 희한하게도 그 때의 나는 가늘고 가볍고 작은 펜들에 꽂혀 있었고 146 조차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당근에서 20만원 언저리에 올라온 P145를 발견하고 무지성으로 구매했다. 

    P145 정품 구별법

    처음 받아보니 관리가 안 되어 잉크는 안에서 다 굳어있었고 닙 사이즈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늘게 써졌다. (몽블랑은 닙 사이즈가 바디에 스티커로 붙어서 나오는데 그거 떨어지면 알 방법이 없다.) 1주일씩 물에 담궈놓고, 초음파 세척기를 돌리고, 만년필 세척액으로 수차례 씻은 후에야 겨우 안에 굳어 있던 잉크가 좀 녹아 나왔다. 그렇게 애정을 쏟다보니 문득 이게 정품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45은 가품이 많지는 않다고 하는데 구분하는 몇가지 팁이 있긴 하다. 

    먼저 컨버터가 정품인지 확인한다. 정품 컨버터 만원 정도면 사서 끼울 수 있는데 그 정도 정성도 들어가지 않은 가품이라면 벌써 티가 났겠지만.

    두 번째로 클립 안쪽에 적힌 Pix라는 단어가 음각이면 가품이라고 한다. 클립에 적힌 일련번호와 Germany 이런 글자들의 모양으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들은 생산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어 전문가가 아니라면(전문가가 가품을 살 것 같지는 않지만)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 외에 닙의 마감 상태가 가품은 조악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건 루뻬가 있어야 알 수 있다. 난 있지만 솔직히 봐도 잘 모르겠다.

    몽블랑 산의 높이인 4810m가 닙에 각인되어 있다.

    P145 리뷰

    몽블랑하면 헛발질이다. 베이비바텀이라고 닙 끝이 애기 엉덩이처럼 골이 파여있는 현상이 잦은데 이게 있으면 첫 글씨에 헛발질이 굉장히 심하게 난다. 일설에는 영문을 쓸 때는 문제가 덜해 일부러 이렇게 만든다고도 하던데 몽블랑에서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나도 영문을 쓸 때는 헛발질이 덜 나는 느낌이었다.

    출처: Jetpens.com

    사실 헛발질이 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가품일까 의심할 필요가 없긴 했다. 그것까지 굳이 따라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닙은 연성이다. 자세히 보면 쓸 때마다 닙이 벌어지면서 잉크가 나온다. 나는 필압이 높지 않은 편인데도 그런걸 보면 꽤 연성인가 보다. 이건 취향의 영역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당연하고 (아쉽게도 나는 불호라 펠리칸이 더 좋다.) 그 외에 만듦새는 참 좋다. 나사산 깎기 장인들인 독일인들이 만든 물건이니만큼 뚜껑이 체결되는 느낌도 딱 떨어지고 잉크가 잘 마르지도 않는다. 흐름 역시 풍성한 편이라 잉크도 예쁘게 나온다. 

    가격은 좀 어이 없지만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좋을 법한 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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