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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피트 by 더글러스 랭
    주류 2024. 3. 2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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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스키 판에는 독립병입자라는 개념이 있다. Independent bottler라고 해서 증류소 없이 위스키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라 '병갈이'해서 파는 사람들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위스키는 증류한 원액의 맛과 향보다는 숙성할 때 쓴 나무통의 영향이 더 크다는 얘기를 듣고 독립병입자(흔히들 독병) 제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숙성을 하느냐,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꽝도 많다는 얘기라 입문할 때는 독병은 가능하면 피하라는 말도 있다. 

    이제 입문 시기를 졸업했다기 보다는 꽝이 걸려도 한 병을 다 마실 수 있는 깡이 생겼다고 판단해서 독병을 한 병 사봤다. 라빈 리커스토어라고 알중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 있는데 우연히(?) 그 곳을 지나다 저렴하게 팔길래 구매했다.

    출처: https://bigpeat.com/

    종류: 블랜디드 몰트 위스키

    용량: 700ml

    도수: 46%

    숙성년수: NAS(안알려줌)

    가격: 79,000원/데일리샷

    향: 피트, 스모키

    맛: 해초, 피트, 스모키

    피니시: 스모키, 피트

    굉장히 일관성 있는 맛이다. 피티드 몰트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연기 냄새, 젖은 나무향 등 온갖 아일라 위스키의 향이 확 올라온다. 한 모금 삼키면 단 맛 보다는 이름 모를 해초를 뜯어먹는 듯한 바다의 냄새와 짠맛이 느껴진다. 아직도 술에서 짠 맛이 난다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내 취향엔 잘 맞다. 단짠단짠이 바로 이런 거 아닌가. 피니시 역시 스모키와 피트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비슷한 피트/스모키 일변도 위스키인 스모키 스캇과는 다르게 복합적인 달콤함과 애써 찾으려하면 느껴지긴 하는 과일향도 조금 있다. 

    아일라의 대표 증류소인 아드벡, 보모어, 쿨일라, 포트 엘런(지금은 망함)의 위스키를 섞었다고 하니 피트 팬들이 좋아하는 건 일단 다 넣어봤어 이런 느낌이다. 도수도 적당히 높아서 더 괜챃다. 확실히 40도 중반 도수가 제일 맛있는 구간 같다. 디자인이 좀 묘하긴 한데 그 쪽으로는 젬병이라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위스키 장이 있어서 진열을 해놓는 분들이라면 뭔가 장난스러운 느낌이 들 수는 있겠다.

    다양한 가격대의 피트 위스키를 마셔보니 7-8만원 이하는 피트의 향은 강하나 복합적인 맛은 부족하다. 그 이상 20만원 이하 가격대는 내 기준에선 여러가지 맛이 나면서 피트와 스모키의 느낌도 간직한 적절한 밸런스의 느낌이고(주로 12-16년 숙성) 그 이상 (내 기준) 고숙성 위스키는 피트의 힘이 빠지고 복합적인 느낌이 많이 추가되어 개성과 가성비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빅피트는 가성비가 뛰어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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